UPDATE : 2019.2.1 금 14:28 ㆍ 구독 Subscribe Now
상단여백
HOME 시사
"김복동 할머니, 영면하세요"…마지막 길 1000명 행렬

"복동 할머니, 이제는 보고 싶어 하시던 동생과 아빠, 고통 속에서 그렇게 찾으셨던 엄마랑도 함께 하세요. 그 오랜 세월 모질고 모진 고통과 상처를 잘 견디고 잘 싸웠다고 어머니가 꼭 안고 머리 쓰다듬어주시는 곳으로 마음 편히 훨훨 날아가세요."

고(故) 김복동(향년 93세) 할머니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정부 사죄"를 외쳤던 곳에서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활동가인 김 할머니의 영결식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엄수됐다. 27년째 수요집회가 열리는 현장이다.

이날 할머니의 마지막 길에는 1000여명(주최·경찰 추산)의 시민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광장에 집결했다. 영하 6도의 기온에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나비처럼 두 팔을 벌린 김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차량 뒤에는 200m에 가까운 운구행렬이 뒤따랐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영정을 들었고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운구차에 옆에 섰다. 평화나비네트워크 활동가와 여성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만장과 '노란나비'를 든 채로 할머니의 뒤를 지켰다.

할머니의 한국 나이에 맞춰 준비된 94개의 만장에는 '아베는 사죄하라', '후대들은 전쟁없는 세상에서', '일본은 조선학교 차별말라'는 등 성노예제 문제 해결, 평화와 통일을 요구했던 할머니의 생전 목소리와 요구들이 담겼다.

시민들은 1.4㎞의 거리를 1시간30분에 걸쳐 천천히 움직였다. 두꺼운 패딩 점퍼 속 교복을 입은 청소년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층까지 모두 함께였다. 휠체어를 탄 채로 행렬에 함께한 이도 있었다.

행진 중 할머니의 생전 육성이 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훔쳤다. 행렬이 옛 일본대사관 앞에 다다르자 "일본은 공식사과하라", "공식 사과하고 배상 이행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일본대사관 앞에는 오전 10시5분께 도착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영결식 전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김복동 할머니를 생각하고 기억하며 모두 희망의 나비가 되자.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은 공식 사죄하라"고 말했다.

권미경 연세대학교 의료원 노동조합위원장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추모사를 낭독했다.

권 위원장은 "할머니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용돈을 주셨던 제 딸이 이제 14살"이라며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가던 나이였던 게 문득 떠올랐다. 어리디어린 김복동을 떠올리니 가슴이 미어졌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너무 아파'라고 외칠 때, 그래도 간호사인데 아무것도 못 하고 손 밖에 잡아드릴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그곳에서는 (할머니가) 너무도 원했던 화목한 가정을 꾸리시고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꼭 안으시라. 남아있는 우리가 끝까지 잘 싸워서 일본의 사과를 꼭 받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담은 연극 '빨간시(詩)'를 연출한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할머니는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인권활동가로 전세계를 누비고,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시고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보내주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여생을 사셨다"며 "할머니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살지 그 방향을 잡아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선 마음껏 사랑히고 사랑받고 행복하시라"며 "할머니, 할머니, 우리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윤 대표는 "지난 5일장 장례를 진행하는 기간 내내 할머니가 죽음조차도 이겨내고 전국 곳곳에 바람 일으켜 이 땅을 평화로, 우리의 맘속에 희망으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평화와 인권이 이야기 되는 곳에 분명 김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엄한, 때로는 격려하는 목소리로 함께해주실 것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영결식을 마친 뒤 김 할머니는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 후 장지인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하관식은 오후 5시에 진행된다.【서울=뉴시스】

편집국  editor@mediasoom.co.kr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