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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성탄 전야…"열기 주도할 젊은층이 참혹하기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연말 특유의 들뜬 분위기는커녕 오히려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경제지표에 더해 사회·정치적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금융 업무 지구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온 안모(56)씨는 "최근 주변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대규모 감축 바람이 불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죽은 상태"라며 "연말 즈음해서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하곤 했던 근처 포장마차도 사람 하나 없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3.2%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청년층 취업난까지 가세했다. 15∼29세 실업률은 7.9%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이는 7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생이 실업 통계에서 빠져나간 착시현상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취업준비생 임모(27)씨는 "연말을 맞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사기업에 지원할 마지노선 나이가 되도록 밥벌이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며 "내년은 어떨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든다"고 밝혔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따라 가게주인이나 택시기사 등 자영업자 상황도 좋을 리가 없다.

12년째 신촌에서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전모(45)씨는 "골목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가게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도매상들이 '전반적으로 가게 사정들이 다 안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10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51)씨는 "기본적으로 택시 수요가 줄었는데 올해는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녁 고객도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어제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운행하고, 오늘 2시간 운행했는데 고작 22만원 벌었다"고 토로했다.

대대적인 촛불집회와 대통령 선거 이후 느끼는 상대적 무력감도 달라진 성탄절 전야 분위기에 한몫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연정(32)씨는 "봄에 정권이 바뀌면서 올해는 '우리가 해냈다'는 일종의 성취감이 있었고, 이제 '내 삶도 바뀌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들떴던 것 같다"며 "그러나 내 삶에서 크게 변하는 건 없다는 생각에 허무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기에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를 하다 새벽께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생들이 사망한 강원도 펜션 참사 등 비통한 사건이 이어지는 것 역시 연말 분위기를 침잠하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단체 '희망제작소'가 지난 12일 발표한 '시민희망지수'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보다 올해 시민들은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했다.

시민희망지수는 지난해 희망제작소가 자체 개발했다. 개인·사회·국가·세계 등 4개 분야와 분야별 총 26가지 항목에 응답자가 매긴 점수에 따라 계산된다. 이번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나흘 동안 1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회적 차원의 희망지수'는 49.6점으로 보통(50점) 미만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1.9점 낮아졌다. 지난해 사회적 희망차원 지수가 2016년보다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희망지수'는 52.7점으로 전년대비 4.1점 하락했다. 국가 차원의 희망도 항목 중에서는 '국민들의 정부 신뢰도 전망(46.8점)'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활력 전망(47.4점)'이 유독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촛불'을 통해 탄생한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컸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새 정권에 대한 인기가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번 정권은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이) 더 큰 듯하다"며 "적폐청산과 평등성 강화 차원에서 여러 정책을 펼쳤지만 현재까지는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또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열기는 젊은층이 주도하는 측면이 큰데 젊은층 입장에서 보면 참혹한 상황"이라며 "취업난 등으로 사회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만큼 이를 즐기는 분위기가 주춤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한국은 정치적 상황이 사회 분위기를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번 정권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전체적인 연말 분위기도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은 2016년 구의역 사고와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주고 강원도 펜션 참사는 세월호 이후에도 아직까지 기본적인 안전 문제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번 정권은 지난 정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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