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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원했던 '증인 없는 재판'…스스로 무덤 판 꼴 됐다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되자 측근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하고 싶지 않다며 검찰이 제시한 모든 증거에 동의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의 중형(징역 15년·벌금 130억원·추징금 약 82억원)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증인 없는 재판'은 이 전 대통령의 최대 패착이 됐다.

9일 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다스(DAS) 실소유 여부', '삼성 뇌물' 등과 관련해 물적 증거와 함께 측근들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다스 실소유 여부에는 김성우 전 다스 대표와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김성우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로 현대건설에서 퇴사해 다스를 설립했다'고 진술했다"며 "김성우와 권승호는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 매년 초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경영상황을 보고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에서는 "이동형(다스 부사장)이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을 보관한 이상은 명의 계좌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진술했다"면서 "인출 내역 등을 보면 신빙성이 있다"고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판단했다.

비자금 문제에 있어서도 "김희중(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 운영비용, 개인 활동비 등을 김재정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측근의 진술을 제시했다.

특히 다스의 소송비용을 삼성에서 대납했다는 의혹에는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백준은 '청와대를 찾아온 김석한(변호사)을 면담한 후 'VIP 보고사항' 문건을 작성해 다스 미국 소송에 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김백준은 '자신이 이학수(전 삼성 부회장)를 청와대 집무실로 데려가 이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당시 이학수가 삼성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첫 공판에 나와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건 저 자신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기 때문에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아 달라고 했다"면서 "변호인은 만류했지만 저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며 모든 증거에 동의했다.

증거 동의는 검사 혹은 피고인이 제시한 증거를 법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로 간에 동의하는 절차다. 증거에 동의할 경우 해당 증거는 법적 능력이 부여되지만 부동의할 경우 법적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법정에서 공방이 이뤄진다.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증거에 동의했기 때문에 재판은 특별한 증거 탄핵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동의한 증거들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뒤늦게 진술의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병모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이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백준은 고령이고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여 기억에 기초한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고 전 제출한 139페이지 분량의 의견서에도 "검찰은 금융거래 조회 같은 객관적인 증거보다는 김성우와 권승호 등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병모는 외장 하드에서 나온 문서 파일이 제시되자 공소사실에 부합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김백준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휴식이나 면담 시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은 반성하지 않고 주변에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 중 '다스 횡령' '삼성 뇌물' 등 7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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