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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더위 사냥’

강화 버스터미널. 팔순의 노부부가 여행을 왔다. 어디를 가시는가. 전등사나 보문사에 불공이라도 드리러 가시는가. 노인들은 허리가 휘었다. 꼬부랑 부부.

할머니는 잠시 화장실을 다니러 갔다. 할아버지는 불현듯 버스 청소를 마치고 나오는 여자를 부른다. 여자는 50대 중반이나 됐을까. 할아버지는 ‘나, 당신을 기억 한다’고 반갑게 인사한다. 일전에 강화 왔을 때 여자가 버스 청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여자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할아버지가 고맙고 반갑다.

“내가 아이스크림이나 대접 해야겠수.”

할아버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여자가 슈퍼에 간 사이 할머니가 돌아온다. 여자는 할아버지에게 거스름돈을 돌려주고 할머니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할머니는 의아한 듯이 여자를 본다. 여자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할머니는 아이스크림을 뿌리치며 할아버지에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 영감이 나를 옆에 두고도 딴 짓을 해.”

할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고, 여자는 킥킥 웃으며 서둘러 자리를 뜬다. 할아버지는 ‘더위 사냥’을 반으로 쪼개 할머니에게 내민다. 할머니는 단단히 토라졌다. 한동안 밀고 당기는 노부부. 할머니는 끝내 아이스크림 반쪽을 받아든다.

강제윤  editor@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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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ditor@mediasoom.co.kr
섬을걷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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