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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흙탕물 맞은 한국 페미니즘…"전체 매도 안 돼"
【 리용=AP/뉴시스】

"솔직히 좀 놀랐어요. 눈살이 찌푸려졌죠."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자칭타칭 '페미니스트'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여있을 때 '낙태죄 폐지' 같은 이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페미니즘 관련 신간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는다. 그런 최씨에게 '워마드(WOMAD)'는 불편한 존재다. 최씨는 "하도 논란이 되길래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놀랐다"며 "난무하는 욕설은 차치하고서라도 남성은 물론 난민들을 조롱하는 말들이 오가고 이에 동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워마드 때문에 페미니즘 자체가 오해받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여성 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남성들의 비판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게 페미니즘인가'라며 실망과 우려섞인 시선이 늘고 있다.

이런 여론의 방아쇠를 당긴 건 최근 일어난 '성체 훼손' 사건이다. 지난 10일 워마드 게시판에 '예수 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는 다 꺼져라'며 붉은색 펜으로 욕설이 적힌 성체 일부가 검게 불태워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첨부됐다.

워마드는 그 전에도 성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과 사진들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호주 남성 아동을 성폭행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올해 5월에는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이 게시된 게 대표적인 예다. 남성 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몰카 사진도 게재돼 물의를 빚었다.

워마드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내 청원글도 잇따르고 있다. 청원글에는 '워마드는 성평등을 가장한 사회적 테러집단"이라며 "즉각 폐지하고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추세 속에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해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상징적 개념처럼 통용되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명은(22·여)씨는 페미니즘 때문에 미팅이 파투난 적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상대방들과 대화를 주고받다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하자 대뜸 '그럼 워마드나 메갈리아(사용자)이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워마드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건 변함이 없다고 답했는데 이후 급격히 분위기가 싸해져 결국 미팅은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다.

박모(32)씨는 "솔직히 이제는 누가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워마드 옹호자인가?'하는 생각부터 든다"며 "성체 훼손을 비롯한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더욱 부담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워마드의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워마드를 이유로 한국 페미니즘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지도 않을 뿐더러, 워마드를 페미니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워마드가 제기하는 이슈들이 페미니즘과 결합돼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마드를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워마드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논리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능력주의'이자 '내가 잘났다'는 것을 표현하는 인터넷 문화가 함께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워마드 자체가 메갈리아 내에서 성 소수자 혐오 표현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따로 나와 만들어진 집단"이라며 "페미니즘 내에서 논의되다 떨어져 나온 집단이 어떻게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페미니즘 내부에도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 퀴어(성 소수자)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물결이 있고, 이는 '하나의 페미니즘'이 존재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현재 '과잉대표' 되는 워마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인터넷 게시판으로 하나의 의제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워마드를 비판하며 한국 페미니즘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은 전 세계에서 공유되는 보편적 사상이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라며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페미니즘 자체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은 '꼬투리'를 잡아 페미니즘을 매도하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윤김 교수도 "이미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생존 기술'이다"라며 "워마드와 한국 페미니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워마드의 과잉대표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억압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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