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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무덤이 생긴 섬

보성의 섬 장도에 소 무덤이 생겼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흔한 일이지만 소 무덤은 희귀하다. 섬판 워낭 소리다. 장도에는 소가 딱 한 마리 있었는데 근래에 노환으로 죽었다. 82세의 윤정수 어르신이랑 26년을 동고동락 해온 일소였다. 어르신은 6백kg이나 되는 소가 죽자 한밤중에 6번씩이나 리어카에 나눠 싣고 가서 손수 땅을 파고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함께 고생하면서 한생을 건너온 소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다.

어르신과 소는 장도에 딸린 목섬이란 무인도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는데 소는 1년에 한번 꼴로 새끼까지 배서 송아지를 20마리나 낳아 주었으니 복덩이도 그런 복덩이가 없었다. 나그네가 4년 전쯤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은 소가 죽은 뒤에 어찌 할지 갈등이 있었다. “저도 늙고 나도 늙어 버렸어. 20년 넘게 같이 일한 소야. 우리 집에 와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팔지 말아야지.” 하시면서도 막상 “그럼 소가 죽고 나면 묻어주실 건가요?” 물으니 “팔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뒤는 어찌 될랑가 모르겄네.” 하셨더랬다.

빈한한 섬 살림에 소가 죽기 전에 팔면 3백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으니 어찌 갈등이 없겠는가! 그래서 나그네는 “소가 죽고 나서도 팔지 않고 묻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소한테 은혜 갚은 어르신을 존경하지 않을까요.” 말씀드리며 설득했다. “그럴까. 그럼 묻어줘야겠네.” 어르신은 활짝 웃으며 소를 꼭 묻어주겠다고 약속 하셨었다.

마침 연락을 해온 방송 작가에게 어르신과 소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그 이야기는 <인간극장>을 통해서도 방송을 탔다. 어르신은 방송에서도 소가 죽으면 묻어주겠다고 거듭 약속했고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키셨다. 이 사막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인가!

장도의 소 무덤에 때라도 입히고 비석이라도 세워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이다.

강제윤  editor@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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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ditor@mediasoom.co.kr
섬을걷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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