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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백년 사신 은행나무 어르신

8백년을 사신 은행나무 어르신을 만나러 강화의 섬 볼음도에 가는 중이다. NLL 안의 섬 볼음도 내촌마을 아름드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4호)에는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 나무는 원래 북녘 땅에 살던 것이다. 고려시대 지금의 연안군 호남리 호남 중학교 운동장 자리에 암수 두 그루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여름 홍수에 수나무가 뿌리 뽑혀 볼음도 바다로 떠내려 온 것을 주민들이 건져내 다시 심었다고 전해진다.

볼음도에서 연안까지는 불과 8km. 볼음도 주민들은 호남리 주민들에게 연락해 그 나무가 호남리에서 떠내려 온 수나무인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매년 정월 초 풍어제를 지낼 때면 볼음도와 호남리 어부들은 서로 연락한 뒤 같은 날짜를 맞추어 제를 지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헤어진 두 은행나무 부부의 슬픔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백년을 이어오던 두 은행나무 생일상 행사는 한국전쟁 이후 두 지역이 남북으로 갈리면서 중단됐다. 그 후 볼음도의 수나무는 시름시름 앓더니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다. 섬 주민들은 연안에 사는 암나무의 안부를 알 길이 없어지자 수나무가 죽어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은행나무 근처에 저수지가 만들어지자 볼음도 은행나무는 다시 살아나 푸르름을 되찾게 되었다. 들리는 풍문에는 북한의 암나무도 합동 풍어제가 중단 된 후 시름시름 앓았었는데 근래 호남 중학교 교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한다. 북쪽의 천연기념물 도록을 확인해 보니 호남리 은행나무도 북한의 전연기념물 165호다.

나그네는 진즉에 이 사연을 알고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헤어진 남북 두 은행나무 부부를 이어주는 생일상 복원 행사를 추진하려 했으나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화재청에 생일상 복원 행사를 제안했고 문화재청에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문화재청과 섬연구소가 합작으로 볼음도 주민들의 은행나무 생일상 행사 복원을 돕기로 했다. 북쪽과도 연락해서 공동으로 생일상 차려주기 행사를 해볼 예정이다.

오늘 문화재청 관계자들과 함께 볼음도에 들어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헤어진 부부 은행나무를 이어주는 일이 남북의 평화와 생상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또 오랜 세월 소외받고 불안하게 살아온 NLL 섬 주민들에게도 평화와 희망의 새바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볼음도 은행나무를 평화의 나무라 불러야겠다.

강제윤  editor@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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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ditor@mediasoom.co.kr
섬을걷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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