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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만 단호하게…프랑스 아빠들의 양육

파리의 겨울. 올해는 어느 해보다 날이 차다. 손을 잡고 가던 아빠와 아이가 동시에 고개를 든다. 마주보고 걷던 나도 자동적으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아파트 창문을 통해 누군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웃는다. 부자도 나란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눈다. 다시 걷기 시작한 부자는 소곤소곤 무슨 말인가 주고받으며 나를 스쳐지나간다. 월요일 아침이니 아마도 유치원에 가는 길일 테다.

지금은 첫째가 고등학교, 둘째가 중학교에 다니니 학교에 데려다 주고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내 시간이 느슨해지니 여유가 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등하교를 하기 때문에 내 하루 일정을 짤 때는 늘 일 순위가 등하교 시간이었다. 거기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점심시간에 찾으러 갔다가 다시 데려다줘야 한다.

한 학생이라도 더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급식을 먹을 수가 없다. 아이를 데려오지 못할 상황이 되면 특별 급식권을 시청에서 사야한다. 이 급식권은 일반 급식보다 비싼데다 일주일에 두 장 이상 사지도 못한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는 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남편이 출근시간이 아침 8시까지여서 데려다 주고, 점심을 집에서 먹이고, 찾으러 가는 것까지 내 몫이었다. 그러다 보니 외출은 꿈조차 꾸기 어려웠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는 나도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이 멀었기 때문에 아침 여섯시 45분에는 집에서 칼같이 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업을 듣고 바로 아이들을 찾으러 학교로 달려갔다. 아침에는 남편이 출근길에 데려다 주고, 찾아오는 것은 내 역할로 분담을 했다.

우리처럼 아이들을 데려오고 찾는 일을 부부가 분담하기도 하고, 조부모가 맡거나 대학생을 아르바이트로 쓰기도 한다. 아빠와 함께 하는 아이들은 등하교 때뿐만 아니라, 오전 수업만 있는 수요일 오후 공원에서, 주말 나들이에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빠들의 역할 분담이 늘어난 데도 이유가 있지만, 이혼한 부모들의 양육권의 변화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혼 후에 자녀 양육권이 90% 정도는 엄마에게 가고, 아빠에게 양육권이 가는 비율은 10% 미만이지만, 아빠가 자녀를 키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중 5일은 아빠가 돌보고 주말에는 엄마가, 혹은 주중 5일은 엄마가 주말은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고, 주중은 엄마가 주말은 아빠가 돌보는 경우도 있다. 혹은 일주일은 아빠하고, 다음 일주일은 엄마하고 보내기도 한다.

이혼을 할 때는 보통 결혼 이후에 형성된 재산에 대한 분할은 50%씩 반반이지만, 이혼 후의 생활과 여러 조건에 따라 비율이 정해진다. 이혼 후에 아이 양육을 맡은 엄마가 수입이 없다면, 아이 아빠는 생활비와 양육비를 주어야 하고, 여성이 일을 할 경우에는 자녀 양육비만 주기도 한다. 공동양육제도를 통해 가족수당을 공동지급을 하고 있지만, 전 부인에게 매월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를 주게 되면 적은 수입의 남성은 생활비로 곤란을 겪기도 한다.

프랑스 지인 중에는 결혼을 세 번 한 사람이 있다. 각 결혼생활마다 아이가 한명씩 있어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분주한 것은 물론, 버는 돈은 부양료로 나가기 때문에 늘 도시락을 먹고,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내기도 어렵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흩어졌다 만났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서, 프랑스 정부는 올 해부터 자녀양육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경우 가족수당금고에서 먼저 지불하고 전남편의 월급 또는 은행계좌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때 돈을 받지 못하는 전아내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들은 가부장적인 엄격한 모습보다, 내가 아침에 만났던 아빠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많다. 아이의 키에 맞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대응해주는 모습을 보면 ‘자상한 아빠의 이미지란 이런 모습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를 혼낼 때는 눈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프랑스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부모들은 권위적이라고 할 정도로 단호하다. 부모는 부모 아이는 아이라는 관계 설정이 분명하고, 아이들의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교육이 아이들이 예의 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프랑스식 양육법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회식이나 잦은 야근이 없는 사회적 환경도 아빠와 아이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문화도 큰 역할을 한다. 가까운 예로, 에비앙 골프대회가 있어도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 골프이다.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고 장시간이 투자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미진  mijin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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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mijin68@gmail.com
실수쟁이로 삶에 서툴지만, 사람을 좋아하며 노마드처럼 살기를…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사랑하며 바람이 부르는 대로 살려고 한다.
저서<프랑스에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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