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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바리스타와 빨대

일본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에 할머니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도쿠에 할머니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있는 단팥을 만든다. 마음을 담아 만든다는 할머니의 철학 덕에 도라야키는 날로 인기를 얻는다. 또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맛있는 도라야키와 함께 할머니의 연륜이 묻어있는 따뜻한 말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내집 앞에도 비슷한 빵집이 있다.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아르바이트생은 아니다. 성남시의 일부 노인들이 시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시에와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다.

하루는 이곳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건네는 할머니 바리스타께선 빨대를 주지 않으셨다. 나는 그저 ‘여긴 원래 빨대를 주지 않는가보다’고 생각했다. 워낙에 커피 가격이 싸니까.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팔기 위해선 빨대 가격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고 먹고 간다고 했으니 굳이 빨대를 주지 않는가보다 여겼다.

그런데 커피를 중간쯤 마시니 아까 전에 커피를 만들어준 어르신께서 다시 오시어 빨대를 건넸다. 왜 그런가 하니 “막 나온 커피는 맨 윗부분(크레마)이 가장 맛있는데 사람들이 빨대로 먹으니 그걸 모른다.”고 빨대를 나중에 주시는 거였다.

그 말씀에 적잖이 놀랐다. 연륜과 여유와 관심과 배려가 모두 담긴 강렬한 한 마디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커피와 그 커피를 마시는 손님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노령인구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노인들의 재사회화는 청년 취업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많은 노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훈련을 받는다. 경기도에서는 이 달 초부터 학원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르신도우미가 동승하는 사업을 실시하였고 맥도날드와 CGV 등의 대기업은 이미 일부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노인이라고 하여 어찌 열정이 없을까. 한 발 늦게 빨대를 건네던 따뜻한 손길처럼 연륜과 경험,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 분명히 있다. 할머니 바리스타와의 만남은 그들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김원지 인턴기자  soomkim1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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