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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네팔 11] 대체 새해가 언제야?

민족마다 다른 설날

또 휴일이란다. 네팔에 와서 가장 익숙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휴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휴일인 거야?

네팔의 휴일이 한국의 휴일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오늘은 공교롭게도 한국의 설날인데 네팔 역시 휴일이다. 소남 로사 (सोनाम ल्होसार, Sonam Lhosar), 즉 따망족의 새해이기 때문이다. 네팔은 100여개가 넘는 민족이 함께 사는 나라다 보니 민족별로 쇠는 명절이 다르다. 이 때문에 휴일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소남 로사는 국경일로 지정돼 있다.

소남로사를 즐기는 네팔인, 사진: Street Nepal 페이지

로사는 ‘로(lho: 해, 나이)’와 ‘사(sar: 새롭다)’가 합쳐진 티벳어로 ‘새해’를 뜻한다. ‘로사’라는 티벳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티벳 불교를 주로 믿는 몽골리안 계열 민족들의 새해이다. 이 로사를 쇠는 네팔 민족들로는 따망족, 세르파족, 구룽족, 욜모족, 부띠아족 등이 있는데, 각 부족들마다 기념하는 ‘로사’가 다르다. 따망족의 새해인 소남 로사, 구룽족의 새해인 따무 로사 (तमु ल्होसार, Tamu Lhosar), 세르파족의 새해인 걀포 로사 (ग्याल्पो ल्होसार, Gyalpo Lhosar)가 대표적이다.

물론 날짜도 모두 다르다. 먼저 구룽족의 따무 로사는 12월 말이고, 따망족의 소남 로사는 우리와 같은 음력 1월1일이다. 마지막으로 세르파족의 걀포 로사는 티벳력의 첫날로 주로 2월 말경에 있다. 이들 중 소남 로사만이 네팔의 국경일로 지정돼 있다.

이들의 설날 풍경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가족들끼리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윗사람들께 세배를 올리는데, 이들의 로사는 잔칫날 같은 모습이다. 카트만두에서는 민족별로 로사 때가 되면 카트만두 중심부에 있는 둔디켈 공원에 모여 공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다.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이라는 우리에게는 한 나라에 다양한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함께 유지하는 모습이 익숙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네팔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유지하고 함께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새해만 해도 몽골리안 계열 민족들이 기념하는 로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와리족은 10월말이나 11월 초의 띠하르 중에 새해가 있고, 네팔의 공식적인 새해는 4월 중순이다.

오늘이 며칠?

네팔은 전설속의 인도 왕 비끄라마디땨 (Vikramaditya)가 만들었다는 비끄람력 (विक्रम सम्वत्, Vikram Sambat)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비끄람력은 태양력과 비교하면 56.7년이 빠른데, 단순히 연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날짜도 전혀 다르다. 매년 4월 중순경에 새해가 시작되는데, 2017년 1월은 비끄람력으로는 2073년이다.

비끄람력의 빠우스 (Poush, 9월) 달력

그러다보니 태양력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네팔 사람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요즈음에는 외국과의 교류가 늘어나 태양력을 쓰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언제나 비끄람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날짜를 따질 때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팔어를 배우러 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생증을 발급받았는데, 학교에서는 외국인임을 감안하여 날짜를 모두 태양력으로 작성을 해 주었다. 네팔에서도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학생 할인이 있는데 금액이 거의 반값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학생증만 있으면 되니 버스를 탈 때 학생증은 꼭 챙겨야 한다. 버스비를 낼 때 학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버스 차장들은 내 학생증을 볼 때마다 유효기간 때문에 헷갈려 하고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었다. 태양력으로 작성이 된 학생증의 유효기간을 비끄람력 날짜로 변환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끄람력으로 날짜 표시된 영수증

또 거의 모든 가게에서 발행하는 영수증도 비끄람력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예전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영수증 정리를 하다 보면, 비끄람력과 태양력이 혼재되어 있어 영수증 날짜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날짜 얘기를 할 때도 그날이 며칠인 지 몇 번씩 확인을 해야 했다. 비끄람력의 날짜인지, 태양력의 날짜인지…

이 때문에 네팔친구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네팔 사람들은 당연히 생일도 비끄람력을 기준으로 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음력 생일을 쓰는 이들이 많았고, 출생신고에도 음력 생일 날짜가 올라가 있는 이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실제 생일과는 달라지는 경우가 잦았는데, 네팔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일하던 단체에서 지원하던 아동의 생일에 생일 선물을 보내주는 후원자가 있었다. 어느 날 후원자의 생일 선물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려고 갔더니, 생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혹시 그 날짜 즈음에 생일 아니냐고 물었더니 전혀 다른 달이라는 대답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확인을 했더니, 아동 기록부에 작성된 생일이 비끄람력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태양력으로 오해를 해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아동들의 생일 날짜를 다시 조사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였던 것이 네팔 아이들은 모두 비끄람력으로만 자기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데, 한국 후원자들은 비끄람력을 전혀 모르니 태양력으로 알려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후원자가 실제와 다른 생일에 선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네팔 사람들의 날짜를 익히고 네팔인들의 숫자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네팔 생활의 기본은 하는 셈이다.

김설미  smkim@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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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미 시민기자 smkim@mediasoom.co.kr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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