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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가서 대우를 받고 싶다면

아이들과 한국말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세 살 된 아이의 친구가 “미진” 하며 부르는데 무척 당황스러웠다. 어린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처음이라 낯설음이 컸던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뼛속까지 한국인이었다. 이곳에서 어른들 사이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당연한 듯 지내다, 새삼 프랑스어에서 높임말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프랑스에서 당신은 ‘Vous’고 너는 ‘Tu’다. ‘당신’과 ‘너’는 동사활용도 다르다. 우리나라 높임말이 나이, 사회적 위치, 관계에 따라서 사용된다면, 이곳에서 높임말은 공손의 의미가 크다. 프랑스의 높임말은 첫 만남, 공공서, 학교 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중한 의미로 사용되며, 드물게 젊은 사람이 자신보다 한참 연상인 사람에게 공손함이 담긴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은 부모와 자식, 지인, 친구는 ‘Tu’를 사용한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친구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친구라고 소개한다. 나보다 한참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친구로 여겨 이름을 부른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편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도 ‘당신’을 쓴다면 같이 ‘당신’으로 높임말을 사용해준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권력 서열에 따라 반말을 서슴없이 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상대방이 높임말을 사용하면 같이 하고, 사장 혹은 상사와도 높임말을 사용하면 같이 높임말을, 반말을 하면 같이 반말을 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지만,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일방통행의 높임말이 아닌 상호존중으로 높임말과 반말이 사용된다. 나이 여하를 불문하고 같이 반말을 사용하는 게 ‘68명 혁명’의 평등의 가치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시댁 어른들과 대화 할 때 ‘Tu’를 사용하며 반말을 하고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어려웠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만드는 불편이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호칭에 자유로우니 편하다.

이제는 한국에 가면 반대로 호칭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서로 높임말을 하며 서열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기 마련인데, 나이를 탐색하는 느낌이 불편할 때도 있다. ‘언니’,‘오빠’소리도 못하던 성격이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더 굳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씨’라는 호칭은 ‘님’ 혹은 ‘선생님’으로 바뀌고, ‘사장’이란 호칭이 유행처럼 사용되다가 지금은 ‘대표’라는 호칭으로 바뀌었다. 또 ‘아줌마’ ‘아주머니’ 대신 ‘사모님’으로 바뀌고, ‘아가씨’라는 호칭이나 ‘아저씨’란 호칭도 사용하기가 조심스럽다.

호칭에 예민한 것을 영화로 봐서 그런지도 모른다. 식당에 가서도 ‘여기요’하기도 그렇고, 주변머리가 없어서 흔히 말하는 ‘이모’란 호칭도 못하니 직접 가서 필요한 말을 하거나,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고는 한다.

처음에 이름으로 불리거나 너라고 불릴 때마다 낯설었던 것이, 지금은 호칭 없이 이름으로 불리는 편해지고 반말에 익숙해진 것을 보면서 습관이란 것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

프랑스에서 호칭, 높임말이나 반말이 관계를 규정짓지 않으며 수평적 관계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아래 사진 속의 “커피한잔”하면 7유로, “커피한잔 주세요”는 4.25유로 , “안녕하세요, 커피한잔 주세요”는 1.40유로라는 유머처럼 영어의 ‘Please’와 같은 의미의 “s'il vous plaît”를 붙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예의, 존중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말이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와 부탁할 때 꼭 붙여야 하는 말인 “s'il vous plaît”이다. ‘Tu’로 통용되는 관계에서는 ‘s'il te plaît’를 사용해야한다. 카페, 레스토랑, 매표소 등에서 “s'il vous plaît”를 붙이면 1.40유로의 호의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다면 웃음이란 명약을 받지 못하게 된다.

조미진  mijin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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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mijin68@gmail.com
실수쟁이로 삶에 서툴지만, 사람을 좋아하며 노마드처럼 살기를…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사랑하며 바람이 부르는 대로 살려고 한다.
저서<프랑스에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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