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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숙자 정책에 담긴 휴머니즘

파리를 걷다보면 노숙자와 걸인을 자주 보게 된다. 지하철 통로나 길가에 매트리스를 깔고 노숙하는 사람들도 있고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다. 많은 노숙자들이 타인의 공격을 피하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데리고 있다. 집시나 시리아 난민 걸인들이 추위를 감싸기 위해 이불 속에 앉아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일가족이 함께 있는 경우도 많다. 겨울은 이들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서글픈 눈빛을 볼 때마다 손이 지갑 속으로 가고는 한다.

어떤 노숙자들은 안방에 누워있는 것처럼 매트리스에 비스듬히 누워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기도 하며 책을 읽기도 한다. 노숙자 보호수용시설을 거부하고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사각의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은 이들은, 추위를 피해 총총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보다 여유로워 보인다.

집과 직장이 없어 노숙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 파리시는 올해 5백만 유로의 예산으로 노숙자 지원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노숙자 지원정책은 파리 시민이 직접 참여로 결정한 ‘시민 참여 예산제’로 결정된 사항이다. ‘시민 참여 예산제’는 시 행정을 제외한 시 사업에 대한 재정정책을 파리 시민들이 투표하여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제도는 2014년에 도입, 2017년 예산을 결정하는 투표가 세 번째였다.

전체 예산의 50%는 자치구에, 50%는 파리시에 사용된다. 파리 시민들은 노숙자 보호시설, 공공화장실 확대, 쓰레기 수거, 스포츠 센터, 녹색환경 조성, 장애인을 위한 시설, 교통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보였다. 특히 노숙자, 장애인을 위한 시설 확대 등은 약자를 보호하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투표에는 파리 시민 15만8,964명이 참여했다. 이색적인 것은 초중학생 6만6,000여 명도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줌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아이들은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를 통해 시민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이 원한 첫 번째는 디지털 정보화 학교였다.

파리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된 정책은 219개였고, 1위가 노숙자 지원정책이었다. 올해부터 5백만 유로의 예산이 노숙자들의 숙소와 현대적인 위생시설을 갖추는데 사용된다. 2위는 시 위생부문 정책으로 2백만 유로가 책정되었다. 이 예산은 혁신적 공공화장실 설치와 쓰레기 수거를 편리하게 할 디지털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쓰일 것이다. 파리시에는 공공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서 많은 관광객은 물론 파리시에 사는 사람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무료화장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찾기도 어렵고 유료화장실도 많지 않은 상황에 반가운 소식이다.

파리시민의 적극적인 투표로 이어지는 ‘시민 참여 예산제’는 시민 연대의식을, 이웃을 사랑하는 박애정신이 담겨있는 뜻깊은 제도로 해마다 참여수가 늘고 있다.

조미진  mijin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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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mijin68@gmail.com
실수쟁이로 삶에 서툴지만, 사람을 좋아하며 노마드처럼 살기를…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사랑하며 바람이 부르는 대로 살려고 한다.
저서<프랑스에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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