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2.14 목 10:22 ㆍ 구독 Subscribe Now
상단여백
HOME 문화
[이정희 술로 그린 스케치 2] 해장술과 해장국

어느덧 송년회의 계절이다. 연일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 지구촌은 ‘술독’에 빠졌다가 ‘해장’으로 새해를 맞는다.

숙취해소법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미국은 피자와 햄버거, 일본은 우메보시, 중국은 녹차로 쓰린 속을 달랜다. 각국 각색의 숙취해소법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라마다 주당들만이 알 법한 희한한 숙취해소 비법도 적잖게 전해 내려온다. 각국에서 전통적으로 즐겨하는 숙취해소법은 어떤 게 있을까.

황소 음경 : 스포츠선수들에게 스태미너 음식으로 애용

▲ 기상천외한 해장

온라인 뉴스사이트 버즈피드가 소개한 세계의 별난 해장음식 11가지를 보면, 이탈리아는 말린 소의 음경을 숙취해소의 최고로 친다. 고단백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황소 음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스포츠선수들에게 스태미너 음식으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헝가리에선 브랜디에 참새 똥을 섞어 마시면, 술의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생충, 박테리아, 질병을 옮길 위험이 있다.

미국에도 ‘프레리 오이스터’라는 숙취해소용 음료가 있는데, 토마토 주스에 날달걀, 소금, 후추, 타바스코 소스 등을 넣어 만든다. 토마토의 풍부한 비타민C와 과당, 달걀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타우린 등이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체내 독소를 빠르게 해독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필리핀 음식 발롯(부화 직전의 달걀)은 술 마신 다음 날 자주 찾는 음식이다.

초원의 나라 몽고에선 식초에 절인 양의 눈알을 토마토 주스에 넣어 먹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양의 허파와 부엉이 달걀을 먹어 에탄올에 의해 망가진 간을 보호했다고 전해진다.

스코틀랜드에선 대표 음료인 아이언브루에 소시지를 익혀 먹는다. 기름진 음식은 위장에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알코올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터키에서는 코코렉이 해장음식으로 통한다. 주로 어린 양의 췌장과 심장, 신장, 폐 등 고기 내장을 다진 뒤 토마토와 백리향, 고추,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드는 요리로, 맨 정신에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염소 머리를 푹 고은 국물을 먹는다.

소의 피를 얼큰하게 끓여먹는 우리나라의 선지해장국 역시 외국인 눈에는 놀라운 음식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선팔도 고을마다 각기 다른 개성 있는 해장국이 있었는데, 그 중 남한산성의 명물 효종갱이라는 해장국이 있다.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자를 쓴다. 밤새 끓이다가 새벽녘에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의 종이 울려 퍼지면 사대문 안의 대갓집으로 배달되어 지난밤의 술로 시달린 사대부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던 해장 음식이다.

1925년에 간행된 최영년의 <해동죽지>는 효종갱에 대해 “광주 성내 사람들이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다. 밤에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무렵에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국 항아리가 그때까지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술은 술로 푼다?

▲ 술은 술로 푼다 - 해장술

중국에서 아침에 마시는 해장술을 묘주(卯酒)라고 한다. 묘시(卯時) 즉 아침 6시 즈음에 마시는 술이라 해서 묘주(卯酒)이다.

송구가(宋九嘉)는 "숙취에 목이 마르자 때마침 묘시라 / 마시면 옛 술이 옛 사람 만나듯 반갑기도 하여라"라고 묘주에 대한 시를 읊었다. 백거이는 "빈속에 새 술을 맛보니 / 마침 卯時에 술을 마신 듯하다"고 했고, 백낙천(白樂天)은 "묘주는 갈증과 굶주림을 앗아 가고 / 귀에는 조반 먹으라는 종소리를 듣지만 / 가슴에는 묘주가 가물가물 미련을 남긴다"며 해장술을 즐겼다.

하이네켄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차가운 생맥주 몇 잔을 마시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장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선 아침부터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왕이면 어젯밤에 진탕 술을 마셨던 술집에서 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해장술을 ‘개털’(hair of the dog)라고 하는데 개에 물려 아플 때는 자신을 문 개의 털을 한 움큼 뽑아서 덧대면 상처가 낫는다는 속설에서 나온 말이다.

영국에서는 보드카에 레몬주스와 핫소스, 토마토 주스를 혼합해 만드는 해장술=블러드메리를 마신다.

우리나라 보편적인 해장술은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등을 넣어 따듯하게 데운 모주였다. 가문별로 특정의 처방을 한 성주(醒酒= 술깨는 술) 또는 해정주(解酊酒)로 불리는 해장술이 전래되기도 했다.

연말연시 계속되는 술자리 후 숙취해소를 위해 우리는 해장국을 먹을 것이냐? 해장술을 할 것이냐?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겠다.

이정희  editor@mediasoom.co.kr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희/하얀술 대표이사 editor@mediasoom.co.kr
<전 (사)한국공연문화협회이사. 전 녹색대학 교수>

이정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