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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었는데 이게 뭡니까?

자식 이야기만 하면 우는 엄마가 있습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아들이 자기 사는 맛을 다 빼앗아갔다는 원망과 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또 미안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아들이 공부도 제법 잘하고 씩씩하고 반장도 하고 친구도 많았는데 5학년 때부터 성적이 떨어지더니 그때부터 갑작스레 말도 안 하고, 적극적이었던 아이가 소극적이 되고, 방에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습니다.

지금은 고등학생인데 대학도 가지 않겠다고 잠만 자니 내 속이 터지지 않겠어요? 아들 생각만 하면 속이 답답하고 눈물만 나요. 형제들이나 동창들 만나면 창피해 죽겠어요. 내가 지한테 해준 것이 얼마인데, 부족한 것이 없이 다 해주었거든요. 좋은 과외선생 찾아 붙여주었고, 방학에는 해외연수도 보내주었다고요. 내가 공부 못 한 것 생각해서 그렇게 다 해주었는데......

한 아버지가 화가 나서 말을 쏟아놓습니다. 아들과 딸 둘이 있는데 둘 다 속을 썩인다는 것입니다. 살맛이 안 난다는 것입니다. 딸은 공부는 하지 않고 온갖 사치에만 열을 내고, 아들은 공무원 시험만 열 번 이상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 다른 것을 해보라고 해도 자기는 다른 것은 할 줄 모르니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하고 말겠다며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모르지만 아들은 이미 컴퓨터 게임과 성 중독에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자식들한테라면 안 해준 것이 없습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까지 다 들어주었습니다. 다 해주었더니 고작 내게 돌아오는 것이 이거라니. 요즘 살맛이 안 납니다. 회사를 가도 재미가 없습니다. 내가 돈 벌어서 뭐합니까? 내가 사장이면 뭐합니까? 아버지들이 자주 보이는 모습입니다. 주변에서 한잔 걸치면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그렇게 되었을까요?

보통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물질적 환경만 충족시켜 주면 다 되는 줄 압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가난하고 부족한 가운데 자랐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는 데는 보이는 환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환경, 즉 부모님의 따뜻한 가슴이 더 필요합니다. 지지, 격려, 대화, 동정, 공감, 눈빛 등이 아이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부지런히 벌지 않으면 자식들을 가르칠 수 없으니까요. 부족한 부분은 가정부에, 파출부에, 과외교사에, 학원에, 교회에, 절에, 성당에 맡깁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잘 자라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뻥 터지고 마는 것입니다.

자식이 우울증이라는 것입니다. 게임 중독이라는 것입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검정고시를 친다는 것입니다. 가출을 해서 누구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가 걸려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옵니다. 내가 지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갖고 싶은 것 안 갖고,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가고 싶은 곳 안 가고, 입고 싶은 것 안 입고 지들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이런 부모들은 먼저 배신감에 화가 치밀고 자기가 잘못 산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 다른 사람들이 알까 창피한 마음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때 어떤 아버지는 맨 정신으로는 못하니까 술 먹고 자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어떤 엄마는 잔소리를 계속 해댑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예 침묵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전문가를 찾아서 상담을 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자녀 문제로 인해 자기 탐구, 즉 인생 공부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알아가고 가족도 알아갑니다. 진짜 삶을 공부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이 부모인 자기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자기 부모들로부터 받은 삶의 유산이 그렇게 전이 내지는 투사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삶은 이렇게 신비롭습니다. 이 세상일은 이렇게 다 필요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함께해 주는 시간의 ‘질’입니다. 그냥 건성으로 함께하는 것은 아이들이 귀신같이 압니다.책을 대충 읽어주면서 가르치려 들고, 함께 놀면서도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거나, 공부를 가르쳐준다고 해놓고는 멍청하다고 윽박지르고 쥐어박는가 하면 때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서서히 부모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곳, 외로움을 덜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게임, 야동, 사치, 잠, 음악, 이성교제......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나도 그랬지’ 하는 미안함과 회개가 올라옵니다. 어느 날 아들이 그럽니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축구였는데, 그것을 못한 것이 제일 안타까움으로 남는다고요.내 딴에는 축구를 함께한 기억이 있는데, 아들녀석에게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더군요. 지나고 보니 알겠습니다. 자식들과 함께 놀아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요.

아이들은 금방 자라 자기들 세계로 가게 되지요. 그 세계는 이미 내가 가고 싶어도 통하지 못하고요. 하지만 자식이 커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자식들은 끝까지 부모님의 애정과 지지, 격려, 칭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상하게 보아주는 눈빛을, 살며시 잡아주는 손길을, 얼싸안아 주면서 네가 내 아들(딸)인 것이 나는 참 좋단다, 나는 너로 만족한다 하는 표현을요.

장길섭  editor@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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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섭 editor@mediasoom.co.kr
프로필 : 삶을예술로가꾸는사람들(대표), 레드스쿨(교장)
경력 : 2010~ 레드스쿨 교장
1997~ 삶을예술로가꾸는사람들 대표
1992.05 하비람영성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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