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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져 있어야 사람이 보인다

한동안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주 떨어질 수는 없으니 외곽에서 맴돌았다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늘 마음은 그들 속에 있었지만, 일부러 멀리한 셈입니다. 방학을 맞이하듯, 가끔은 그렇게 마음을 쉬어줄 필요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몇몇 사람은 전화를 걸어 건강을 염려해주기도 했지만, 저는 여전히 하루 세 끼 술이나 밥을 먹었고, 여전히 회사에 나갔고, 학교에 나가 강의를 했고, 가끔 산책을 했고, 시를 몇 편 썼고, 틈을 쪼개 책을 읽었습니다. 자주 숙취에 시달렸고 어깨도 약간 아팠고 몸살 기운이 잠시 다녀갔지만 누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는 휴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거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적절한 거리야말로 오래 사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거리를 잃거나 잊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조금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초심을 잃고, 예의를 팽개치거나 말을 함부로 하거나 참견을 하고 과도한 이해를 요구하는 순간,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서 정도 이상으로 알려고 하는 순간, 말을 함부로 옮기는 순간, ‘관계’에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제 자신에게 경계하기 위한 말입니다. 사람과 직접 부딪히지 않는 SNS라는 공간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마찬가지입니다. 거리를 잃고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순간, 정작 잃는 건 거리를 지나 스스로일 수 있습니다. 과대망상이나 과도한 자기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반응이 좋으면 겸손이란 겸손은 몽땅 잃어버리고 스타나 되는 양 우쭐거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퍼부을 수도 있습니다.

근래의 행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거리를 다시 가늠해보고 싶었습니다. 거리를 재려니 거리 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답을 찾았느냐고요? 꼭 해답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 ‘거리’를 기억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더욱 열심히 사랑하기 위해서. 조금 더 자유롭기 위해서.

메주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걸어야 제대로 마릅니다

이호준  sagang@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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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시인.여행작가.칼럼리스트 sagang@mediasoom.co.kr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나를 치유하는 여행> 등의 여행서, 산문집과 캘리그래피 시집 <사랑은 저 홀로 아름답고>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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