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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합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모르지만

엄마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데……

이 엄마는 자식 자랑으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기 인생을 아들 키우는 데 바쳤습니다. 남편도 가족도 다 아들 다음이었습니다. 아들은 정말 뜻대로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범생이로, 군대도 다녀오고 유학도 다녀오고 대학원까지 척척 잘 들어가 주었습니다.

이제 자기 아들이 곧 박사가 되고 연구원이 된다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온 과학자가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기 아들이 연구를 잘하고 있는지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실험을 거부하고 저녁에 알바로 레스토랑에 가서 서빙을 한다는 것입니다. 청천벽력입니다.

교수님이 그랬답니다. 박사과정을 하는 사람이 연구실에서 연구를 해야지, 어떻게 저녁에 식당에서 서빙을 할 수 있느냐고요.

아들이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내년이면 내 나이 서른이 되는데, 여태껏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니 그 동안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은 하나도 없고 다 부모님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알바로 하는 일은 난생 처음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서 하는 일입니다. 연구소를 나와 식당으로 출근할 때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릅니다. 정말 사는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화가 더 많습니다. 여하튼 얼마간일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식당에서 일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지도교수도 어떻게 말릴 수가 없었답니다.

교수님에게서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몸이 떨리고 분노가 치솟습니다.

아들에게 서운하고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아들인데 어떡합니까? 마음을 달래고 아들을 찾아가서 묻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지금 박사과정을 하는 사람이 이게 웬일이냐고,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아들은 아주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제야 자기가 사는 것 같다고, 그동안은 자기가 산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엄마가 산 것이라고, 엄마가 좋아하는 길로만 자기는 왔다고,

이제 나이 서른이 다 되어 처음으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다고,

그러니 자기를 말리지 말고 제발 그냥 내버려두라고 하면서 집을 뛰쳐나가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 길을 가고 싶어 합니다.

부모님이 모든 것을 다 갖추어놓았으니 그대로 살면 편할 텐데 하는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길, 자기 사업, 자기 방식의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고속도로든 신작로든 부모님이 내준 길이 싫어서 자기가 스스로 길을 내보겠다고 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의 뒷받침이 전혀 없는 사람은 이렇게 부모가 뒷바라지해 주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길을 닦아가다가 지친 나머지 부모님이나 가족이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죠.

젊음은 그렇습니다.

두 가지 길에서 서성거려 보고 이 길이 좋아 보여 이리 가기도 하고

저 길이 좋아 보여 저리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해 볼 수 있는 삶,

시도와 실험, 실패와 성공,

젊음의 선물입니다.

젊음의 특권입니다.

나는 젊음을 평생 살고 싶고,

나는 젊은이로 죽을 것입니다.

젊은이는 ‘저를 물어주는’ 사람입니다.

늙은이는 ‘늘 그런’ 사람입니다.

장길섭  editor@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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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섭 editor@mediasoom.co.kr
프로필 : 삶을예술로가꾸는사람들(대표), 레드스쿨(교장)
경력 : 2010~ 레드스쿨 교장
1997~ 삶을예술로가꾸는사람들 대표
1992.05 하비람영성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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